ABOUT ARTIST

  • Veronica Bailey
    베로니카 베일리


    베로니카 베일리는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 폭넓게 주목받고 있는 영국출신의 사진작가로, 책이나 편지, 엽서, 신문과 같은 '읽을 거리들(reading material)'을 고유의 시점으로 포착해 낸 작품들로 유명하다. 그녀의 사진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피사체가 되는 대상의 물질적 본성에 직면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 이미지 너머의 풍성한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PRESS RELEASE

2 Willow Road & Postscript
2008.4.24(목) – 5.24(토)

가인갤러리 이번 전시는 영국 출신 여성 사진작가 베로니카 베일리(Veronica Bailey, 1965, British)의 개인전입니다. 주목할만한 젊은 사진작가에게 수여되는 영국의 권위 있는 사진상 ‘저우드’(Jerwood Photography Award)의 제1회 수상자(2003년)로 선정된 이후 베일리는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크게 주목 받고 있는 떠오르는 사진작가입니다. 사진가로서의 이력이 늦은 만큼 그녀는 사진작가가 되기 이전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활동한 바 있으며 그러한 감각이 사진에 반영되는 편입니다.
베일리의 사진은 책이나 신문, 엽서와 같은 일상의 사물, 특히 ‘읽을 거리들(reading material)’을 본인만의 고유한 시점으로 화면 안에 포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국내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는 ‘저우드’ 사진상을 수상한 그녀의 대표작 <2 Willow Road>(2003)와 후속작 (2005) 연작이 소개될 것입니다. 그녀의 사진들은 책이나 편지의 미세한 종이 질감까지 포착할 정도로 형상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상이 본래 지닌 기하학적인 형태(수직적 패턴)를 강조함으로써 추상적이고 비형상적으로 다가오며, 사진의 피사체인 책과 편지가 과거 특정인의 소유물인 까닭에 이미지 너머에는 풍부한 이야기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또한 책 제목과 편지의 추신에 해당하는 작품의 개별 제목과 이미지를 대조해 가며 파악하는 가운데 보는 사람마다 얼마든지 상이한 해석을 할 수 있어 더욱 흥미롭습니다.

<2 Willow Road>
<2 Willow Road>는 수직으로 세워진 책의 낱장들을 확대한 이미지의 사진입니다. 이 사진들은 책이 놓인 각도, 두께와 색이 대조되는 표지와 낱장의 조합, 종이들의 갈라진 지점과 벌어진 정도 등에 따라 미묘한 차이와 변화를 만들어내어 조금씩 다른 표정을 가집니다. 이 책들은 모두 근대 건축가 에르노 골드핑거(Ernö Goldfinger, 1902-1987)의 개인 서가에 꽂혀 있는 것들로 연작 전체의 제목인 ‘2 Willow Road’는 런던 햄스테드(Hamstead)에 위치한 – 국보로 지정된 - 골드핑거의 주택의 이름입니다. 베일리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관광 안내원으로 일하며 그곳의 책들을 찍었습니다. 헝가리 출신의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였던 골드핑거는 1929년경부터 파리에서 수학하며 르 코르뷔지에나 만 레이 같은 파리 예술가들과 친분을 쌓았고, 예술가인 우르슬라 블랙웰(Ursula Blackwell)과 결혼하여 1934년 영국으로 건너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햄스테드 지역에 근대건축 양식으로 3채의 ‘Willow Road’ 주택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인 ‘2 Willow Road’에서 부인과 함께 살다 생을 마쳤습니다. <높은 빌딩에 대한 인간의 반응>, <예술 안에서의 여성>, <러시아 아방가드르드 예술>, <최고의 전쟁사진>, <헝가리 요리책>, <만 레이>, <본질적인 르 코르뷔지에> 등의 제목의 면면에서 골드핑거의 취향과 관심사, 나아가 삶의 궤적과 인간 관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베일리의 또 다른 주요 사진연작인 는 <2 Willow Road>와 여러 면에서 연결되어 있으며 그녀만의 예술적 특징을 더욱 공고히 합니다. 개봉된 편지가 봉투 안에 들어있는 형상을 찍은 이 사진들은 화면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접히고 벌어진 종이의 층들이 만들어내는 형태로 인해 전작과 마찬가지로 기하학적 추상의 인상을 주지만, 급하게 찢겨진 편지봉투의 파편과 낡은 종이의 질감, 글씨와 우표 등 보다 상세한 부분이 재현되어 형상적 이미지가 보다 강조됩니다.
이 편지들 대부분은 미국 출신 사진작가 리 밀러(Lee Miller, 1907-1977)가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이 된 초현실주의 예술가 롤란드 펜로즈(Roland Penrose, 1900-1984)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주고 받은 것들입니다. 모델로 사진계에 입문한 밀러는 초상사진과 패션사진을 주로 찍다가 <보그>의 프리랜서 사진기자로 일하던 중, 전쟁 발발 후 종군기자로 참여하여 유럽의 중요한 격전지를 다니며 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편지들은 주로 1937년부터 1945년 사이에 파리, 아테네, 카이로, 생 말로 등지에 머물던 밀러와 런던에 있는 펜로즈 사이에 오고 간 것들로 <잘 자요 내사랑>, <내 모든 사랑을>, <당신을 그리워하며>, <파리로 가는 중에>, <폭탄이 터지는 가운데> 등 그 제목으로부터 두 사람의 열정적인 사랑과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베일리는 동 서세스(East Sussex) 지역의 팔리 농장(Farley Farm)에 위치한 리 밀러 아카이브(The Lee Miller Archive)의 허가를 받아 그 곳에 보관된 편지들을 자신의 작품 소재로 삼았습니다. 이 사진들 대부분은 달콤한 제목과 파스텔 톤의 봉투 색깔, 그리고 전체적으로 안쪽이 보일 듯 말 듯 벌어져 있는 모습에서 에로틱한 은밀함을 줍니다. 그러나 이 역시 개인적인 감상일뿐 보는 사람 마다 다른 심상을 떠올리고 다른 인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베일리의 사진은 과거 누군가에게 속했던 특정한 사물을 통해 그 사람의 현존을 증명합니다. <2 Willow Road>의 책과 의 편지는 각각 골드핑거와 밀러라는 20세기 예술가들의 삶의 흔적으로서 그 사람 개인뿐 아니라 주변 인물, 심지어 당시의 시대상황까지도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의 모든 작업은 항상 관계에 관한 것이다”는 베일리 자신의 말처럼 그녀의 사진은 외형적 아름다움 외에 엄청나게 풍부한 텍스트로서 가치를 갖습니다. 선적인 추상으로 인한 간결한 이미지 너머로 제목이 주는 암시와 함께 호기심을 끈을 놓지 않고 따라가다 보면, 그곳에는 한 사람의 인생을 중심으로 수많은 관계와 역사적 사실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많은 베일리의 사진은 형상적인 것 너머 담론적인 것을 추구하는 현대사진의 특징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PUBLICATIONS

  • Veronica Bailey l 2 Willow Road & Postscript

    2008. Gaain Gallery
    11 Pages, Full Color Illustrations

    Pric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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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eronica Bailey l Modern Myths

    2012. Gaain Gallery
    11 Pages, Full Color Illustrations

    Pric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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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2 Willow Road & Postscript
글. 신혜영 I 가인갤러리 큐레이터

시각예술의 해석에 있어 기호학을 접목한 미술사학자 노만 브라이슨(Norman Bryson)은 사진에서 초점이 맞은 선명한 이미지는 형상적이고 초점 밖에 있는 이미지는 비형상적이라고 구분하고, 후자에 해당하는 형상이 부재한 이미지(imageless image)야말로 상상력과 이야기를 지닌 ‘담론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랜 기간 대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데 힘써온 사진은 그간 형상적인 것에 우위를 두어 왔으나, 더 이상 실재의 복사물로서 복무하지 않는 오늘날의 사진은 굳이 초점의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를 떠나 형상적인 것 너머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며 사람들은 그 의도를 읽어내고자 한다.
영국 출신 사진작가 베로니카 베일리(Veronica Bailey, 1965- )의 사진은 대부분 노만 브라이슨의 구분에 의하면 초점이 잘 맞은 형상적 이미지에 해당한다. 책이나 편지의 미세한 종이 질감까지 포착할 정도로 선명한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대상이 본래 지닌 기하학적인 형태를 강조함으로써 초점과 상관없이 추상적이고 비형상적인 것으로 다가오며, 이미지 너머에 풍부한 이야기가 내재되어 있다. 이처럼 형상적인 동시에 비형상적인 베일리의 사진은 저마다의 해석과 상상력을 열어 둔 일종의 시각기호로서 수용자에게 받아들여지며, 이러한 시각기호에 제목이라는 언어기호가 개입됨으로써 다층적인 의미작용을 생산해내고 있다.
베일리의 대표적 사진연작 <2 Willow Road>(2003)로 부터 시작해보자. 이 사진들은 수직으로 세워진 책의 낱장들이 확대된 이미지다. 대상에 밀착된 카메라로 인해 종이의 재질과 닳아진 상태까지 부각되는 이 사진은 분명 형상적 이미지임에 틀림없다. 또한 책이 놓인 각도, 두께와 색이 대조되는 표지와 낱장의 조합, 종이들의 갈라진 지점과 벌어진 정도 등에 따라 미묘한 차이와 변화를 만들어내는 각각의 사진은 조금씩 다른 표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차적으로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수직적 패턴이다. 대부분의 사진이 - 몇몇은 책 안쪽의 삽화나 글씨가 살짝 보이기도 하나 – 수 겹의 종이 모서리가 만들어내는 직선만으로 화면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2 Willow Road>는 대상이 지닌 물리적 현존만으로 그 자체 형상적이면서 동시에 비형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2 Willow Road>의 진정한 묘미는 제목이 개입되면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일차적으로 사람들은 <2 Willow Road>라는 제목 - 우리말로 ‘버드나무 2길’ 정도에 해당하는 – 에서 ‘길(road)’이라는 낱말의 함의와 수직적 형태의 이미지를 연관시켜 파악하고자 할 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개별 사진의 제목을 보는 순간 이미지와의 또 다른 상관관계를 떠올릴 것이다. <높은 빌딩에 대한 인간의 반응> 혹은 <긴 의자에서 바라 본 장면>과 같은 제목에서는 ‘길’이 아닌 ‘빌딩’이나 ‘긴 의자’가 가진 또 다른 재현적 함의를 이미지와 연관 짓다가 <권력의 거만함 >, <예술 안에서의 여성>, <나와 같은 소녀> 등의 추상적인 제목을 만나는 순간 제목과 이미지를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러다가 <러시아 아방가드르드 예술>, <최고의 전쟁사진>, <헝가리 요리책> 등의 구체적인 단어가 등장하거나 <골드핑거>, <만 레이>, <본질적인 르 코르뷔지에> 등의 인명에 해당하는 제목을 발견하고는 비로소 이들 사진의 제목이 곧 사진 속 책의 제목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이 책들은 모두 근대 건축가 에르노 골드핑거(1902-1987)의 개인 서가에 꽂혀 있는 것들로 그 제목의 면면에서 인물의 취향과 관심사, 나아가 삶의 궤적과 인간 관계를 엿볼 수 있다. 먼저 연작 전체의 제목인 ‘2 Willow Road’는 런던 햄스테드(Hamstead)에 위치한 – 국보로 지정된 - 골드핑거의 주택의 이름이다. 베일리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관광 안내원으로 일하며 그곳의 책들을 찍었다. 헝가리 출신의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였던 골드핑거는 1929년경부터 파리에서 수학하며 르 코르뷔지에나 만 레이 같은 파리 예술가들과 친분을 쌓았고, 예술가인 우르슬라 블랙웰(Ursula Blackwell)과 결혼하여 1934년 영국으로 건너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햄스테드 지역에 근대건축 양식으로 3채의 ‘Willow Road’ 주택을 지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인 ‘2 Willow Road’에서 부인과 함께 살다 생을 마쳤다. 위에 나열한 <2 Willow Road> 사진의 제목들은 이렇듯 골드핑거라는 인물을 알아갈수록 수수께끼가 풀리듯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골드핑거라는 인물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도 <2 Willow Road>는 그 자체로 다층적인 의미작용이 가능하다. 공통된 기하학적인 패턴에도 불구하고 저마다의 표정을 가지고 있는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은 초상사진의 얼굴과 이름을 대입시키듯, 책의 이미지와 제목을 대조해 가면서 저마다의 관점에서 사진들을 읽어낸다. 때로는 자신의 느낌과 제목이 기가 막히게 일치하기도 하며 때로는 불일치하기도 한다. 사실상 이 사진들은 베일리가 골드핑거의 책들 가운데 일부를 선택해 자신이 느낌대로 제목과 어울리도록 책의 형태를 만들고 화면을 구성하여 찍은 것이므로 베일리가 파악한 골드핑거의 책 제목에 관한 인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베일리의 주관적 인상에 의한 기호화일 뿐 수용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예컨대 검정 배경에 붉고 흰 책의 낱장들이 삼각형의 구도를 이루고 있는 <예술 안에서의 여성>을 보고 누군가 도도하면서 에로틱한 여성의 느낌을 받았다고 하여 그것이 반드시 베일리의 본래 의도나 다른 모든 사람의 인상과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베일리의 모든 사진들은 보는 사람의 주관에 의해 저마다 다르게 파악되며 그 사람의 상상력과 선입견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베일리의 사진의 매력은 이처럼 지극히 객관적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무한히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른바 열린 가능성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일리의 또 다른 주요 사진연작인 (2005)는 <2 Willow Road>와 여러 면에서 연결되어 있으며 그녀만의 예술적 특징을 더욱 공고히 한다. 개봉된 편지가 봉투 안에 들어있는 형상을 찍은 이 사진들은 화면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접히고 벌어진 종이의 층들이 만들어내는 형태로 인해 전작과 마찬가지로 기하학적 추상의 인상을 준다. 그러나 급하게 찢겨진 편지봉투의 파편과 낡은 종이의 질감, 글씨와 우표 등 보다 상세한 부분이 재현되어 형상적 이미지가 보다 강조된다. 그러나 이러한 형상적 이미지 역시 편지의 정보를 담고 있는 대부분이 초점에서 벗어나 - 노만 브라이슨의 구분대로 – 이미지의 형태에 집중하게 되므로, 한편으로 비형상적이며 그만큼 많은 담론적인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일차적으로는 전작에 비해 알아보기 쉬운 대상의 이미지와 ‘추신’이라는 뜻의 전체 제목, 그리고 추신에 해당하는 어구인 <잘 자요 내사랑>, <내 모든 사랑을>, <당신을 그리워하며> 등의 개별 사진의 제목으로 인해 사진의 해독은 훨씬 용이하다. 이미지와 제목으로부터 누구든지 쉽게 이 사진이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주고 받은 편지임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제목과 이미지 사이의 관계 역시 보다 직접적인 편이다. 예컨대 <잠을 깨우는 키스>라는 제목의 가로 형태의 사진은 위 아래로 살짝 벌어진 봉투의 형상으로 인해 그야말로 가벼운 키스를 연상케 하며(사실상 이 제목은 전쟁 기간 중 밀러가 <보그(Vogue)>에 보낸 기사 중 파리의 독립을 잠을 깨우는 키스로 묘사한 부분에서 따온 것이지만), <사랑해>라는 제목의 사진의 경우에는 봉투가 좌우로 벌어진 모습이 심장의 모양을 떠올리게 한다. 구체적으로 재현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이러한 사진들 이외의 다른 대부분의 사진도 달콤한 제목과 파스텔 톤의 봉투 색깔, 그리고 전체적으로 안쪽이 보일 듯 말 듯 벌어져 있는 모습에서 에로틱한 은밀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개인적인 감상일뿐 보는 사람 마다 다른 심상을 떠올리고 다른 인상을 가질 수 있다.
역시 <2 Willow Road>와 마찬가지로 제목과 이미지 너머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의 편지 대부분은 미국 출신 사진작가 리 밀러(Lee Miller, 1907-1977)가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이 된 초현실주의 예술가 롤란드 펜로즈(Roland Penrose, 1900-1984)와 주고 받은 것들이다. 모델로 사진계에 입문한 밀러는 초상사진과 패션사진을 주로 찍다가 <보그>의 프리랜서 사진기자로 일하던 중, 전쟁발발 후 종군기자로 참여하여 유럽의 중요한 격전지를 다니며 많은 사진을 찍었다. 이 편지들은 주로 1937년부터 1945년 사이에 파리, 아테네, 카이로, 생 말로 등지에 머물던 밀러와 런던에 있는 펜로즈 사이에 오고 간 것들로 그 제목으로부터 당시 상황과 두 사람의 열정적인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베일리는 동 서세스(East Sussex) 지역의 팔리 농장(Farley Farm)에 위치한 리 밀러 아카이브(The Lee Miller Archive)의 허가를 받아 그 곳에 보관된 편지들을 자신의 작품 소재로 삼았다.
흥미롭게도 베일리의 밀러에 대한 관심은 전작인 <2 Willow Road>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녀가 골드핑거의 ‘2 Willow Road’에 머물면서 발견한 - 골드핑거의 친구였던 - 펜로즈가 밀러의 사진을 콜라주 해 만든 작품 <진정한 여인(The Real Woman)>이 단초가 된 것이다. 피카소, 만 레이, 미로, 타피에스 등의 예술가들과 친분을 맺으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친 밀러의 작가로서의 면모 - 베일리의 는 사막을 찍은 밀러의 사진 <공간의 초상(A Portrait of space)>(1937)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 와 세계대전 당시 여성 종군기자로서의 활약상, 그리고 한 남자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 여자로서의 삶까지 베일리에게 밀러는 작품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밀러의 흔적이 담긴 여러 물건 중 베일리는 가장 사적인 영역에 해당하는 편지를 선택했고, 각각의 편지에 대한 자신의 인상대로 그것들을 입체적 형태로 만들어 사진을 찍었다. 어두운 배경에 놓인 편지들은 마치 베일리가 간접적으로 포착한 밀러의 초상사진을 보는 듯 조금씩 다른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처럼 베일리의 사진은 과거 누군가에게 속했던 특정한 사물을 통해 그 사람의 현존을 증명한다. <2 Willow Road>의 책과 의 편지는 각각 골드핑거와 밀러라는 20세기 예술가들의 삶의 흔적으로서 그 사람 개인뿐 아니라 주변 인물, 심지어 당시의 시대상황까지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모든 작업은 항상 관계에 관한 것이다”는 베일리 자신의 말처럼 그녀의 사진은 외형적 아름다움 외에 엄청나게 풍부한 텍스트로서 가치를 갖는다. 선적인 추상으로 인한 간결한 이미지 너머로 제목이 주는 암시와 함께 호기심을 끈을 놓지 않고 따라가다 보면, 그곳에는 한 사람의 인생을 중심으로 수많은 관계와 역사적 사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베일리의 책과 편지가 닫혀져 있는 것은 이미지 뒤에 가려진 텍스트의 풍요로운 의미작용을 알리는 단서일지 모른다. 이렇듯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많은 베일리의 사진은 형상적인 것 너머 담론적인 것을 추구하는 현대사진의 특징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2 Willow Road & Postscript
Text. Hyeyoung Shin | Curator of Gaain Gallery
Translatiton. Jawoon Kim

The critic and art historian Norman Bryson, using semiotics in the interpretation of a visual art, characterizes in-focus photographic images as figural and out-of-focus ones as non-figural and asserts that an imageless image, which falls under the category of the latter, is discursive while being embedded with imagination and a story. Having been devoted to representing an object as it is for a long period of time, the medium of photography has given priority to the figural. However, today’s photography, which no longer serves to reproduce the real, intends to tell the story beyond the figural while being indifferent to the fact that the subject is in focus or out of focus.
Most of the photographic works of English photographic artist Veronica Bailey (1965- ) render, according to the categorization of Norman Bryson, in-focus, figural images. For the images are so clear to capture even the delicate texture of paper used for the book or the letter. Their emphasis on the primary, geometric shapes of objects makes one perceive their images as abstract and non-figural and hear the abundant stories hidden behind the images. Bailey’s photographs, which are figural and non-figural at the same time, are received by the receiver as some sort of visual signs that allows each receiver to apply his or her interpretation and imagination to them. And as linguistic signs of titles are interveningly added to those visual signs, multi-layered significations occur in her photographs. 
Let us start with 2 Willow Road (2003), which is Bailey’s important photography series. In these photographs, the pages of the books vertically standing are enlarged. Obviously, these photographs show figural images as even the texture and wear and tear of paper can be perceived owing to the position of the camera at a very close distance to the object. Also, each photograph has a slightly different expression as subtle difference and change are produced by the different angles used to books, the combination of the different thicknesses and colors of the cover and the pages and the difference in the distance between pages. Yet, one’s primary attention is paid to the vertical pattern. For most of her photographs fill their picture planes only with the straight lines produced by the edges of pages—though small parts of illustrations or letters are exposed in a few cases. In other words, in 2 Willow Road it is only through the physical presence of an object that simultaneously figural and non-figural images are created.
The exquisiteness of 2 Willow Road lies in the intervention of titles. One’s first attempt to interpret these works is to relate the connotations of the word ‘road’ in the title to the vertical form of the images. Yet, as soon as one sees the title of each photograph, different correlations flit across his or her mind. When one sees the titles such as ‘Human Response to Tall Buildings,’ or ‘View from a Long Chair’, she or he connects the images to the representative connotations of the words of ‘building’ or ‘long chair’ instead of ‘road’. But then, in front of the abstract titles such as ‘The Arrogance of Power,’ ‘Woman in Art,’ and ‘A Girl Like I’, one keeps bending his or her head as he or she looks at the titles and the images by turns. Finally, when one encounters such concrete titles as ‘Art of The Avant-Garde in Russia,’ ‘The War’s Best Photographs,’ and ‘Hungarian Cookery Book,’ or the titles with persons’ names such as ‘Goldfinger,’ ‘Man Ray,’ and ‘Essential Le Corbusier’, he or she can gather that the titles of the photographs are the titles of the books in those photographs.
All of these books are from the bookshelves all over the house of modernist architect Ernö Goldfinger (1902-1987), and from their titles one can infer his tastes and interests and further his journey of life and his relationships with other human beings. ‘2 Willow Road,’ the title of the series, is the name of the house of Goldfinger—designated as a national treasure—located in Hamstead, London. Bailey photographed the books in the house while working as a tour guide from 1997 to 2001. Goldfinger who was an Austro-Hungarian architect and furniture designer studied in Paris around from 1929 and made close acquaintance with such artists then residing in Paris as Le Corbusier and Man Ray. Having married artist Ursula Backwell, he went to England in 1934 and built three ‘Willow Road’ houses in a modern style in the area of Hamstead before the outbreak of World War II. He lived at ‘2 Willow Road,’ which is one of the three house with his wife. The meanings of the titles of 2 Willow Road can be understood when one realizes who Goldfinger was.
In 2 Willow Road multi-layered significations are possible without prior knowledge of Erno Goldfinger. Despite the common denominator of geometric patterns, each photograph possesses its own expression, and one reads the photographs from his or her own point of view while comparing the images and the titles as if applying the names in the titles to the faces in portraits. Sometimes one’s feelings awfully correspond to the titles and other times they do not. In fact, these photographs originate from Bailey’s impressions of the titles of Goldfinger’s books since she selected some of Goldfinger’s books, composed the shape of the books in the way to agree with her own feeling about the title and then photographed it. Yet, they embody just significations based on Bailey’s subjective impressions, and different receivers are entitled to diverse interpretations of it. For instance, someone might see a haughty and erotic woman in Woman in Art in which red and white pages form a triangular composition against a black background. But does it represent the original intention of Bailey or the impressions made upon all the other viewers? Every photograph by Bailey is understood differently according to the subjective minds of viewers and the interpretation of them depends decisively on the imagination and preconception of the viewers. It is not exaggerating to say that the charm of Bailey’s photographs lies in the open possibility of infinite subjective interpretation in spite of their unquestionably objective looks.  
Postscript (2005), Bailey’s another major photography series, is connected to 2 Willow Road in various aspects and it solidifies the distinctive characteristics of her art. In these photographs, letters are put in their open envelopes, and the vertical form produced by the layers of paper generates the impression of geometric abstraction as in her previous work. Nonetheless, the figural aspect is emphasized through the hurriedly torn fragments of the envelops, the worn-out texture of paper and the representation of such details as letters and stamps. On the other hand, thewse figural images are also non-figural since the most parts that contain the information of the letters are out-of-focus—according to the categorization of Norman Bryson—and it makes one to concentrate on the forms of the images, and thus they are subject to many different discourses. Primarily, the interpretation of them is, however, much more facilitated by their images of relatively easily recognizable objects in comparison to the previous work, the word ‘postscript’ used for the title of the series and the use of such phrases usually used for postscripts as ‘Goodnight Sweetheart,’ ‘All My Love,’ and ‘Missing You’ for the titles of individual photographs. From the images and their titles one can easily infer that these photographs render the letters between lovers. Moreover, the relation between the titles and their images is more explicit. For example, a light kiss is reminded by the slightly open, horizontal form of the envelope in Awakening Kiss (though it is actually from her writing for Vogue to describe the liberation of Paris as like an awakening kiss). And in I Love You, the shape of the open side of the envelope resembles that of the heart. Besides such photographs that invoke certain concrete representative images, most of the other photographs in this series emanate secretive eroticism through their sweet titles, the pastel colors of the envelopes and the cracks that quietly disclose the insides. Yet again, these are no more than subjective observations and each viewer is entitled to have his or her own mental images and feelings.
As in 2 Willow Road, there are many stories behind the titles and images of the works of Postscript. Most of the letters shown in Postscript are the letters exchanged between American photographer Lee Miller (1907-1977) and her second husband and Surrealist Roland Penrose (1900-1984). Miller’s experience of photography started with her occupation as a model. As a photographer, she worked at first mostly in the fields of portrait and fashion photography, and during her career as a freelance photographer for Vogue, the war broke out. As a war correspondent, she made photographic records of the hard-fought fields in Europe. These letters composed largely of the ones exchanged between Miller who was staying in such places as Paris, Athens, Cairo and St. Malo from 1937 to 1945 and Penrose in London, and the titles reveal the circumstances of that time and the passionate love between Miller and Penrose. Bailey could use the letters as her subjects with the permission of the Lee Miller Archive located at Farley Farm in East Sussex.    
Interestingly enough, Bailey’s interest in Miller was formed during the process of her previous work, 2 Willow Road. It was started by The Real Woman, a collage of Miller’s photographs made by Penrose, who was a friend of Goldfinger. Bailey discovered it during her stay in Goldfinger’s house of ‘2 Willow Road’ and she was fascinated by Miller’s life through research on her. After all, Miller was an artist of her own artistic creativity while making friends with Picasso, Man Ray, Miro and Tapies, a woman war correspondent during the war and a woman who fell in ardent love with a man. Bailey chose the letters which are most private objects among various things of Miller and photographed the form she made to agree with her own feeling about each letter. The letters against dark backgrounds possess slightly different appearances as if they were the indirect portraits of Miller captured by Bailey.
As examined so far, the photographs of Bailey evidence the presence of a certain person through the things that once belonged to the person. The books in 2 Willow Road and the letters in Postscript tell about, as the vestiges of the lives of 20th-century artists Goldfinger and Miller, not only those individuals but their acquaintances and even the social circumstances of the times. Bailey says, “All of my works are about relationship,” and her photographs possess immeasurably rich texts as well as external aesthetic beauty. For when one keeps following the thread of curiosity as the titles leads beyond the simple images of linear abstraction, he or she discovers numerous relationships and historical facts that encompassed the life of an individual. That the books and letters of Bailey are closed might indicate that there are rich significations of texts veiled by images. Having more invisible things than visible things, Bailey’s photographs manifest the feature of contemporary photography to pursue the discursive beyond the figu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