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ARTIST

  • Jungjoo Kim
    김정주


    김정주는 스테이플러 철침을 쌓아 건물 모형을 만든 뒤 이를 사진으로 찍는 작업을 해온 작가로, 그녀의 작품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완성되는 노동집약적인 과정을 특징으로 한다.  

PRESS RELEASE

Magic Land
2008. 1. 8 (화) - 2. 3 (일)

가인갤러리는 2008년 첫 전시로 최근 크게 주목 받고 있는 젊은 작가 김정주의 개인전을 마련했습니다. 김정주의 주된 작품은 스테이플러 철침을 이용하여 작은 미니어처 구조물을 만들고 그것을 여러 각도로 촬영하여 최종적인 결과물로 사진을 보여줍니다. 실제 손으로 사람이 만든 것으로 보기 힘들 정도의 정교함과 스케일은 언뜻 보았을 때 실제 도시의 모습처럼 보여 작품의 제작 과정을 알고 나서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이제 대학을 졸업한 지 1년 남짓한 이 젊은 작가의 본격적인 상업화랑에서의 첫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스테이플러 철침으로 만들어진 마법의 세계, “매직 랜드 (Magic Land)”
김정주의 이번 전시의 제목은 “매직 랜드(Magic Land)”입니다. 종전에 그녀가 주목했던 소재가 고층빌딩, 고가도로, 교량 등 도시의 구조물들과 그것이 집적하여 이루는 하나의 거대한 도시였다면, 이번 전시에는 롤러코스터, 회전열차, 마법의 성 등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들이 등장합니다. 놀이동산은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매직 랜드”일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주의 사진에 등장하는 놀이기구들은 그러한 평범한 놀이동산의 것들이 아니라, 어두운 배경 아래 도색 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구조물 자체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것들은 높은 고층빌딩에 둘러싸여 있으며 격자형의 철골 바닥이나 타워크레인 등 지금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현장에 있는 듯 합니다. 이는 하루 아침에 낡은 건물이 없어지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성장 위주의 우리 나라 도시 형성의 모습이 마치 마법의 세계와도 같음을 빗대어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2. 조각과 사진, 인접장르와의 연계
김정주는 최종적인 매체를 사진으로 삼고는 있지만 그에 앞서 스테이플러 철침을 일일이 손으로 붙여서 건물 및 구조물을 만드는 중요한 사전 작업을 거친다. 어려서부터 꼼지락거리며 무언가를 만들기 좋아했고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그녀에게 스테이플러 철침은 조각 재료로 사용되어 작은 미니어처 구조물로 만들어지고 그것들이 집적되어 거대한 가상의 도시를 형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각물의 부분이나 전체를 사진으로 찍어 전혀 다른 느낌의 이미지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처럼 조각과 사진이 연계된 그녀의 작품은 독일의 사진작가 토마스 데만트(Thomas Demant)가 종이를 이용하여 구조물을 만들고 그것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과 같이 장르의 혼성이라는 현대미술에 있어서의 중요한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특히 이번 “매직 랜드” 시리즈에서는 기존의 수직구조에서 회전열차나 롤러코스터와 같이 곡선구조를 새롭게 시도하여 변화를 시도한 점을 주목할 만합니다.

3. “The City”에서 “Magic Land”로…  새로워진 여러 가지 시도들
김정주는 갤러리 정미소의 첫 개인전과 가인갤러리의 <디스커버링 서울>전 등에서 “The City” 시리즈를 선보여왔습니다. 그것은 1960년대 이후 성장 위주의 도시개발을 대표하는 몰개성한 고층빌딩,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 교통난 해결을 위한 고가도로와 교량 등 그녀가 몸담고 살아온 도시 서울의 현재 모습을 소재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Magic Land” 시리즈에서는 공간 구성과 배치뿐 아니라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들이 도시 안에 혼재되어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작가의 상상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 그야말로 마법과도 같은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에는 기존의 사진작업 외에도 섬세한 필력이 돋보이는 펜화 드로잉들과 미니어처 구조물에 색을 입히어 “매직 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 작업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보여줄 것입니다. 이처럼 현상을 현상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자신의 눈으로 다르게 변형하고 재해석하며, 여러 가지 매체로 자유자재로 표현해내는 예술적 능력이 이 젊은 작가에게 앞으로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기대하게끔 합니다. 

PUBLICATIONS

  • Jungjoo Kim l Magic Land

    2008. Gaain Gallery
    20 Pages, Full Color Illustrations

    Pric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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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전시서문
글. 신혜영 | 큐레이터

높이 솟은 고층건물과 고딕양식의 성곽이 하나의 화면에 공존하는 화려하면서도 황량한 느낌의 이 사진 속 도시는 영화 <배트맨>의 고담시(Gotham City)를 연상케 한다. 고담시가 뉴욕을 배경으로 하여 부패와 탐욕을 상징하는 가상의 도시로 변모하였듯, 스테이플러 철침으로 만들어진 김정주의 사진 속 도시는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서울이 작가의 상상력과 만나 변형된 새로운 도시다. 현대식 빌딩, 중세시대의 성체, 모노레일, 회전관람차가 복잡하게 한데 어우러진 금속성의 이 어둡고 생경한 도시는 이름하여 ‘매직랜드(Magic Land)’다. 김정주의 매직랜드는 고담시가 그러하듯 서로 상충된 요소들이 공존하는 가운데 도시의 여러 가지 모순을 담지하고 있어 흥미롭다.
먼저 성(城)에서 출발해보자. 성은 무언가를 높이 쌓아 올려 자신의 방어막을 만들려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에 충실한 구조물로서 인류의 등장 이래 계속하여 다른 형태로 변모하며 존재해왔다. 누구나 어린 시절 블록이나 모래를 쌓아 올려 성을 만들었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것은 학습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갖게 되는 인간의 기본적인 행위 중 하나다. 이러한 수직적 쌓기에 대한 본능은 인간이 거주하는 건축물에도 반영되어 오늘날 높고 견고한 고층건물로 가득찬 도시를 형성하게 되었다. 성은 오늘날 도시에서 외형적으로는 사라졌지만 본질적으로 내재하여 여전히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가로로 길게 연결된 스테이플러 철침을 필요에 따라 다른 길이로 잘라 레고 블록을 쌓듯 쌓아 올리는 김정주의 작업은 이러한 인간의 쌓기 본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술자들이 고도의 건축술로 고층건물을 올리듯 그녀는 그녀만의 숙련된 기술로 아찔한 높이의 빌딩을 쌓아 올린다. “유년기에 하던 놀이에서 발견되던 그 즐거움이 철침으로 집적된 오브제로 이루어진 공간들을 쌓게 만들었고, 이곳은 매우 정직한 놀이세계이자 현실에 휩쓸리는 동안에 유일하게 나를 보호해준 공간이었다. 즉 이상(理想)을 꿈꾸며 세운, 나의 욕망이 드리운 곳이다”. 작업노트에서 밝히고 있듯이 김정주의 작업은 쌓기에 대한 본능과 유년시절 경험한 쌓기의 즐거움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집적 자체에의 관심으로부터 출발한 그녀의 작업은 더욱 높고 강력한 변형된 성들이 밀집해 있는 도시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첫 번째 연작인 에서 작가는 빌딩숲, 고가도로, 대형교각,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 등으로 구성된 도시의 수직적 이미지를 잘 보여주었다.
에서 진수를 보인 이러한 김정주의 수직적 쌓기는 이번 <매직랜드> 연작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형,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직랜드>에는 성의 현대식 변형체인 고층건물뿐 아니라 첨탑을 가진 그야말로 중세시대의 성이 등장한다. 또한 회전관람차, 모노레일 혹은 롤러코스터 등이 공존하여‘매직랜드’라는 제목과 함께 놀이공원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매직랜드>의 놀이공원은 꿈과 환상의 나라이기 보다는 삭막한 도시와 뒤엉켜 있는 낯선 곳이다. 사실상 어린 시절 모든 동화 속에 어김 없이 등장했던 성은 많은 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으로서 성인이 되어서까지 일종의 판타지로 남게 된다. 이른바 유년의 상징으로서 성은 자연스럽게 상상과 환상의 공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김정주는 성을 수직적 쌓기의 상징물에서 비현실적인 공간의 상징물로 확장시켜 비현실성의 대변체인 놀이공원으로 연결한다. 놀이공원은 자본주의 사회의 대표적인 허구적 공간으로서 의도적으로 인간을 현실로부터 차단해 일상의 삶을 망각하도록 만든다. 놀이공원의 형형색색 화려한 놀이기구와 미니어처 구조물은 그곳에 머무는 동안 일시적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빼앗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소비를 극대화하도록 완벽하게 짜여 있다. 이러한 연유로 놀이공원은 역사적으로 보다 높은 생산성을 가져오기 위한 일시적인 유희의 공간으로 끊임없이 세워져 왔으며, 대부분 도시의 외곽에 위치해 도시의 인위적 확장에 기여해왔다. 꿈과 환상이라는 기치아래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존재의 목적을 은폐하는 놀이공원이야말로 자본주의의 논리가 가장 잘 반영된 공간인 셈이다.
김정주는 성을 이러한 놀이공원을 대표하는 구조물이자 나아가 도시 전체의 상징물로 바라보고 있다. 오늘날 도시는 소비의 극대화를 위해 치밀하게 계획되고 그 사실을 의식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굴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놀이공원의 확대판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판타지를 대변하는 성과 그것이 확장된 허구공간인 놀이공원, 그리고 그 변형체인 도시의 구조물, 이 모두는 인간의 욕망과 자본주의라는 전체적인 맥락 안에 서로 연결된다. 김정주의 <매직랜드>에 성과 여러 놀이기구들이 도시의 구조물들과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이다. 뿐만 아니라 어디까지가 놀이공원이고 어디서부터가 도시인지 구분할 수 없도록 짜여진 <매직랜드>야말로 실재와 허구가 뒤엉켜 있는 오늘날의 현실을 매우 적절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김정주의 <매직랜드>는 작가의 분명한 논리 아래 치밀하게 조성된 가상의 도시다. 이 새로운 도시는 날것 그대로의 금속성 재료와 어두운 색조의 화면으로 인해 꿈과 환상의 결정체인 성과 놀이공원의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차갑고 황량하며 심지어 퇴락의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놀이공원이나 도시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부분을 암시하고 있어 흥미롭다. 치밀하게 계산된 산업논리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구조와 이에 종속된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시적 성장에 의해 가려져 있는 자본주의의 냉혹한 현실을 은연중에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주는 놀이기구와 도시의 구조물을 어두운 배경에 차가운 금속으로 재현함으로써 대상의 형태와 이미지를 미묘하게 상충하도록 하여 그 효과를 배가시키고 있다. 전작인 에서 스테이플러 철침의 금속성 재질이 일차적으로 근대적 산업구조물의 느낌을 불러일으켰다면, <매직랜드>에서 동일한 재료는 구조물의 특성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의 인상을 주는데 기여한다.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면서 한층 작가의 주제의식이 분명해진 이 가상의 도시 <매직랜드>는 전작에 비해 내용 면에서도 심화되었지만, 형식 면에서 또한 발전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집적의 형태와 공간의 구조가 훨씬 다양하게 표현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최종적으로 사진으로 남게 되는 김정주의 작업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조형물 제작의 과정을 거친다. 스테이플러 철침을 일일이 손으로 뜯어 붙이는 이 무념무상의 노동집약적 과정에 있어 작가는 별다른 드로잉 없이 즉각적으로 구조물들을 만들고 전체적인 공간을 완성해 나간다. 그 곳에는 그 안에서만 작동하는 기계적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구조물 하나하나는 실제 건물이 세워지는 것처럼 매우 정교하게 구축되며, 전체 공간은 실제 도시가 세워지는 과정처럼 중심 구조 위에 세부적인 요소들이 추가되어 하나의 거대한 도시로 완성되는 것이다. 물론 이 거대 도시는 실제크기의 몇 천분의 일로 축소된 미니어처이다. 에서 구조물들이 주로 스테이플러 철침의 직사각형 모양을 토대로 한 수직수평의 구조로 이루어졌다면, 이번 <매직랜드>에서는 곡선형 구조가 새롭게 시도되었다. 곡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침을 보다 작은 단위로 잘라 매우 정교하게 이어 붙이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곡선은 회전관람차, 롤러코스터, 원형경기장 등에 적용되어 <매직랜드>의 핵심적인 조형 요소로 자리하게 된다. 김정주의 <매직랜드> 연작은 수직적 형태의 기본적인 도시 구조물에 이러한 곡선 형태의 놀이기구들이 더해져 보다 풍부한 조형성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정주의 작업이 경쟁력을 갖는 것은 이러한 실제 조각물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효과적으로 변모시키는 최종적인 결과물의 이미지에 있다. 처음 김정주의 사진을 맞닥뜨린 사람은 차갑고 생경한 도시의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스테이플러로 만들어졌음을 인식하고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냈다 하더라도 사실상 그것은 폭 1센티미터의 작은 철침을 이어 붙여 만든 작은 미니어처 도시에 불과하다. 만일 이 미니어처를 실물로 제시한다면 사람들은 그저 솜씨 좋게 잘 만들어진 조각이라고 고개를 끄덕일지 모른다. 어쩌면 접착제가 묻어있거나 매끈하지 않은 형태에서 허점을 잡아내기에 바쁠지 모른다. 그러나 사진으로 재현된 김정주의 작품은 보는 사람을 압도할 정도의 힘을 가지며, 실제 도시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 이것은 분명 사진의 힘이다. 화면 속 대상을 실제로 느끼도록 환영(illusion)을 제공하고 사람의 눈과 다르게 이미지를 한정된 프레임 안에 담는 사진의 기본적 속성 덕분인 것이다. 또한 김정주의 작품은 다양한 각도와 부분 확대와 같은 카메라 워크에 의해 보다 풍부한 장면을 재현한다. 도시의 전체 구조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부감 이미지나 구조물의 표면 질감을 강조하는 클로즈업 이미지는 사진으로만 포착할 수 있는 훌륭한 조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주는 이처럼 조각과 사진이라는 두 장르의 경계를 관통하고 있다. 조각을 사진으로, 즉 삼차원의 입체를 이차원의 이미지로 전환함으로써 발생하는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김정주의 이번 두 번째 개인전에는 사진 연작 외에 작가의 세밀한 펜 드로잉이 함께 선보일 것이다. 새롭게 시도된 이 드로잉 연작은 <매직랜드>의 연장선상에서 도시의 구조를 매우 가는 펜으로 정밀하게 묘사한다. 동식물 조직의 세포처럼 도시의 특정 지점마다 내재되어 있는 하부 중층(重層) 구조를 그린 이라는 제목의 이 드로잉들은 마치 <매직랜드>의 도시 아래 감춰진 복잡한 부분을 드러내는 듯 하다.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치밀하게 스테이플러 철침을 쌓아 올리는 것과 같이 놀라울 정도의 밀도로 그려낸 드로잉들은 작가의 고유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오늘날 장르간의 뚜렷한 경계가 무너지고 인접장르와의 혼성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하는 현대미술 안에서 필요에 따라 여러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은 작가로서 매우 유리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뚜렷한 자신만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장르를 하나의 결로 변주해낼 수 있다면 말이다. 김정주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으로서의 도시를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고 하나의 큰 틀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제 이십 대 중반의 가능성 많은 이 젊은 작가의 행보에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