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ARTIST

  • Yunsoo Kim 김윤수


    Sooyoung Song 송수영


    Kyungja Jeong 정경자


    Taebum Ha 하태범

PRESS RELEASE

뜨끔한
2013. 8. 22 (목) - 9. 27 (금)

평창동 가인갤러리에서 2013년 여름을 맞아 <뜨끔한>이라는 제목의 기획전을 마련하였습니다. 김윤수, 송수영, 정경자, 하태범 등 젊은작가 4인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일상성의 늪에 빠진 어느 여름날 맞닥뜨린, 뜨끔한 순간에 대한 것입니다. 이때의 ‘뜨끔’은 익숙하고 친밀해서 주목하지 않았던 사건이나 현상, 혹은 사물에 대한 환기이자 무뎌진 감각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계기이며, 나아가 우리가 예술을 대면할 때 갖게 되는 미적 태도로의 확장을 의미합니다. 미적 태도를 취할 경우, 우리는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예술적 경험에 몰입함으로써 기존의 낡은 생각이나 현실을 다른 차원의 삶으로 변화시키거나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와 마주하게 되며, 이러한 태도를 취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계기가 바로 이번 전시가 제공하는 경험의 핵심인 것입니다.
‘삶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얻은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고유한 지문의 형태로 작품 속에 담고 있는 김윤수의 작업은 사람들의 풍경을 보며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입니다. 송수영의 조각과 드로잉은 닮음의 감각으로 세계와 만나는 인식의 순간에 주목하게 합니다. 정경자의 사진은 읽고 해석하기에 우선하는, 이미지를 이미지 자체로 보게 하는 힘으로서의 사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하태범의 영상은 이 여름, 음습한 곳에서 출몰하는 귀신보다 무서운,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무심함의 공포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줄 것입니다.
미학자 아서 단토(Arthur Danto)는 앤디 워홀의 브릴로 박스가 높게 쌓여 있는 스테이블 갤러리에서 지각적으로 식별불가능한 두 사물 가운데, 무엇이 하나를 예술이게 하는가, 라는 돌연한 인식의 순간을 경험하고 ‘예술의 종말 이후’라는 유명한 저서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떤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의 순간을 목도할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반성 없이 지속된 오래된 믿음도 다양한 질문들과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듯이, 일상의 소소함에 빠져 간과하고 있었던 삶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들을 천연덕스럽게 내놓는 작품들을 통해 ‘뜨끔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뜨끔한> 전에 기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PUB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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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작가노트
김윤수

1999년부터 나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삶’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관한 그들 각자의 생각을 적고 지문을 찍어줄 것을 부탁하였다. 이렇게 해서 공책 한 페이지씩을 그들만의 고유한 흔적으로 채워지게 되었다.
지문은 개인이 지닌 고유한 형태이다. 그것은 마치 지도의 등고선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곳엔 산이 있고 강이 흐르며, 바람이 스치기도 구름이 머물기도 한다. 패어지고 흐려진 지문의 선들은 그들이 살아온 삶의 여정들을 보여주는 듯하다.
나는 그들이 적어준 개별적인 이야기들을 각자의 엄지지문의 선을 따라 써나갔다. 지문의 선을 따라 써나가는 일은 무한 공간 저 편에서 점차 선명해지는 미지의 섬을 거니는 것과도 같다.
각기 다른 지문글씨들은 다시 수십 장의 아크릴판에 복사되고 겹쳐져 사각 큐브 공간 안의 블랙홀을 이루고 있다. 현재까지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을 만나고 거니는 이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작가노트
송수영

익숙한 사물이 어느 순간 새롭게 인식되는 순간이 있다. 예를 들어 그저 ‘음식’이었던 족발에서 사람의 것과 같은 털과 발톱을 발견하고 ‘누군가의 다리’로 인식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체험은 어떤 깨달음이나 강한 인상, 감정을 남긴다. 그리하여 그 사물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그와 관련된 행동 양식, 심지어는 세계관을 바꿔 놓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내 작업을 목적이다.
그러기 위해 그 사물들에 내가 본 새로운 모습이 중첩되도록 변형시킨다. 여기서 사물을 변형시키는 방법으로는 주로 일상적 노동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나무젓가락을 깎아서 살아있는 나무의 새순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일상의 사물(젓가락)에 다른 이미지(나무새순)가 공존함으로써 작품이 성립된다. 그리하여 이 젓가락은 막 새순이 돋는 나무의 모습을 닮아 있다. 누군가는 젓가락이 필요해서 다가가다가 새싹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중 누군가는 봄날에 보았던 반가운 목련나무의 꽃봉오리를 떠올리기도 한다. 누군가는 나무젓가락이 이렇게 빛을 향해 새싹을 틔우던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도 한다.

작가노트
정경자

In Between Something and Nothing
나는 작업을 통해 닥쳐올 죽음에 반응하는 것들의 삶과 그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의 이미지들은 어느덧 지나가는 삶, 또는 이미 떠나버린 삶의 흔적을 포착하려 시도한다.
나는 가끔 현실 속에서 부유하듯 다른 세계의 삶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엇인가를 잡으려고 하나 손에 잡히지 않은 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 같고, 바닥이 없는 늪으로 가라앉아 심연 한 가운데 있는 것 같다. 나의 눈길을 끄는 것들은 버려지거나, 있어야 할 자리를 잃어버린 물건들, 그리고 살아있으나 이미 생명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인 것들이다. (중략)
작업 은 낯선 환경에서 느끼는 이질감과 소외감에 대한 것이다. 비오는 날 차창 밖의 사람들은 나와는 동떨어진 다른 세계의 그 무엇같이 보였다.
'과연 나는 어디에 있는걸까?’ ‘내가 속해 있는 이 세상이 단지 환영은 아닐까?’ 하는 생각 속에서 그 순간을 내가 바라보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선택하여 잘라 담은 것이다.
나는 의식의 밑바닥에 잠재하는 것들을 표면으로 끌어올리는 일에 관심이 있으며, 일상의 경험에서 얻은 초현실적인 감정들을 구체적인 모습을 통해 드러내려 한다. 그래서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말로서 얘기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일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사물들의 이름이 아니라 그런 소재들이 한 장소에 모여서 만들어지는 이차적인 이미지다. 그것은 현실의 시간 안쪽에 흐르는 또 하나의 시간, 느린 속도로 아주 조금씩 퇴화가 진행되는 시간일 것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언제 보느냐, 어떻게 보느냐, 그리고 무엇을 통해 보느냐에 따라 같은 것임에도 그 본질마저 의심할만큼 다르게 보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Story within a Story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언제 보느냐, 어떻게 보느냐, 그리고 무엇을 통해 보느냐에 따라 같은 것임에도 그 본질마저 의심할 만큼 다르게 보여질 수 있다. 에서의 이미지들은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지시하기 보다는, 나의 감각을 자극하여 나의 눈길을 끄는 것들이다. 이것은 나와 주변과의 개인적인 사소한 대화라 할 수 있다. 혼자, 시간의 두께를 입고, 버려지거나, 날카롭게, 흔적만 남기고, 떠도는 것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느끼는 나의 감정 밑바닥에 있는, 삶의 어긋난 틈 깊숙이 들어앉은 우울의 감정이다. 나는 가끔 현실 속에서 부유하듯 다른 세계의 삶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엇인가를 잡으려고 하나 손에 잡히지 않은 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 같고, 바닥이 없는 늪으로 가라앉아 심연 한 가운데 있는 것 같다. 만질 수 없고,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현실의 시간 안쪽에 흐르는 또 하나의 시간, 느린 속도로 아주 조금씩 퇴화가 진행되는 시간일 것이다. 이미지들은 치유 불가능한 고독과 우울함을 담고 있지만, 그럼에도 삶은 언제나 그렇듯 계속된다.

작가노트
하태범

나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여러 사건들을 다룬 뉴스의 사진자료들을 수집하여 작은 모형으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그 모형을 처음에 수집한 사진과 같은 구도와 느낌을 갖도록 다시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재구성한 모형으로 재현된 현장은 흰색으로 인해 피가 거세되고 작은 원본에 의존한 탓에 세부는 생략되어 있다. 인위적이고 축소된 형태로 인하여 사진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실제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얼핏 그리스 유적지와 같은 고요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정경, 인간은 얼마나 무심하며 잔인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