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ARTIST

  • Stephen Gill

    스테판 길

    영국의 사진작가 스테판 길은 아마추어 사진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유년시절과 청소년기에 사진현상과 인화를 직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진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의 사진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치열함을 차갑게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시선과 해학으로 삶의 현장을 이야기한다.

PRESS RELEASE

Hackney Flowers
2009. 9. 3 (목) – 9. 30 (수)

9월 3일부터 9월 30일까지 영국의 사진작가 스테판 길(Stephen Gill, 1971~)의 전시회가 서울 가인 갤러리에서 열립니다.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난 스테판 길은 화학자이자 사진가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이러한 가정 환경 때문인지 14세라는 어린 나이에 이미 사진 연작 시리즈를 완성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고 합니다. 20대 초반 런던으로 상경한 스테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도 사진 그룹인 매그넘 포토스에서 일하면서 프로 사진가로 일하게 됩니다. 이때로부터 3~4년 이후 스테판은 런던 동부 해크니(Hackney) 지방으로 이주합니다.
이 해크니는 영국의 역사에도, 사진작가 스테판에게도 매우 의미심장한 의미를 지닙니다. 해크니는 동부 런던에 위치한 곳으로 19세기부터 영국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잡습니다. 푸른 목초지가 있어 낙농이 발달했으며 평지와 강이 조화를 이룬 이곳에 석탄공업지대가 생겼고 이러한 물자를 테임즈강을 통해 런던과 유럽대륙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운하가 파였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부터 영국산업이 서비스업으로 기울어지면서 해크니는 그 번영에서 물러나 서서히 잊혀지게 되고 영국의 무대에서 퇴색하게 됩니다. 그리고 해크니에는 아프리카계, 인도계 이주자들, 영국의 빈곤층이 자리하게 됩니다. 전근대(pre-modern)와 모던(modern), 그리고 동시대(contemporary)가 서로 공생하는 장이 바로 영국의 해크니 지방이며, 더군다나 2012년 영국의 올림픽 경기장의 부지 예정지가 확정됨에 따라 지금의 모습은 사라질 전망입니다.
앞으로 사라질 풍경,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공생하는 풍경, 자연의 명랑함과 산업의 음울함이 공존하는 풍경, 19, 20세기의 잔재와 현재가 공존하는 풍경, 모던과 동시대가 공존하는 이채로움과 같은 특색을 스테판 길은 아주 기발한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스테판 길은 해크니 지역시장에서 구입한 50파운드짜리 플라스틱 사진기로 해크니 풍경을 찍어냅니다. 재미있는 것은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을 생산한 곳이 바로 1860년의 해크니라는 것입니다.
스테판은 플라스틱 사진기로 찍은 풍경 스냅 사진을 일차적으로 인화합니다. 그 풍경 사진 위에 해크니 지역에서 수집한 해바라기 씨앗이나 각종 열매, 꽃잎, 비닐, 와이어 전선 등을 중첩시킵니다. 이렇듯 여러 오브제가 중첩된 스냅사진을 다시 의료용 렌즈가 장착된 초고화질 카메라로 찍어냅니다. 이렇게 완성된 47점의 시리즈를 가리켜 스테판은 해크니 플라워(Hackney Flowers)라고 명명합니다. 스냅사진의 풍경은 19세기부터 이어진 전근대의 영국 역사의 영광과 퇴락을, 꽃과 씨앗, 비닐과 산업 와이어 전선은 현재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초고화질 카메라의 도입은 동시대의 수준을 암시합니다. 따라서 해크니 플라워 연작은 현재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오는 이야기며, 층위(layer)라는 사실을 발언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외부적 이야기를 떠나 형식적으로도 해크니 플라워는 놀라운 미적 형식을 구축합니다. 하나는 위트와 해학미입니다. 가령 사람들이 거니는 풍경 위로 꽃잎이나 씨앗들이 중첩되어 꽃잎이 사람들의 의상이 되는가 하면 씨앗들은 사람들을 치장하는 액세서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는 형식적 아름다움입니다. 흐릿하게 후퇴하는 것 같은 스냅 사진의 풍경 위로 중첩된 꽃잎과 나뭇잎, 나무 열매들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기세로 고도의 선명한 자기 존재를 과시하고, 이러한 스테판의 놀라운 표현력이 보는 이로 하여금 그만의 사진예술과 미학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처럼 기발하고 다채로운 표현방식을 구축해온 스테판 길의 연작 중에서도 최대수작으로 평가 받는 해크니 플라워의 첫 한국 전시회가 가인 갤러리에서 열립니다. 총 47점의 해크니 플라워 연작 중 30점이 선보일 예정입니다. 영국과 구미에서 떠오르는 신예 스테판 길의 참신하고 역동적인 해크니 플라워는 한국의 미술전문인, 컬렉터 뿐만 아니라, 디지털 사진 인구 천만 명이라는 한국의 학생과 일반인 등의 대중에게도 깊은 반향과 감동을 일으킬 것입니다.

PUB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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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예술적 고고학자가 발굴해낸 새로운 현실주의 사진
글. 신혜영 l 미술비평

“천사를 그릴 수 있는가? 내게 천사를 보여준다면 그릴 수 있다. 천사를 그리려거든 그대 아버지를 그려라.” 19세기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프랑스 화가 쿠르베는 자신이 당시의 미적 규범에서 벗어난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주로 그리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짧게 답했다고 한다. 쿠르베가 그리고자 했던 것은 자신의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인물과 그 삶이지 그렇다고 믿어야만 하는 신화나 성서에 나오는 인물과 그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상 당시 리얼리즘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을 눈에 보이는 대로 똑같이 그리는 모방의 측면보다 작가의 시선으로 ‘현실’의 삶을 드러내는 주제의 측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전자만이 강조된 경향이 있다. 미술의 진정한 가치가 작가의 삶과 그가 살고 있는 현실을 떠나 존재할 수 없다는 진실 앞에 우리는 ‘현실주의’라는 의미의 리얼리즘을 오늘날 현대미술 안에서 여전히 유효한 태도로서 재고(再考)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사진작가 스테판 길(Stephen Gill, 1971- )은 오늘날 현실을 반영한다는 의미에서의 ‘리얼리즘’을 그 누구보다 분명히 보여주는 작가 중 하나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대하는 그의 태도가 그러하며 그가 사진을 통해 다루고 있는 주제가 그러하다. 화학자이자 집에 암실을 가진 아마추어 사진가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14세에 이미 자신의 사진 연작을 만들고 현상과 인화를 직접 하면서 사진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 그가 태어나고 자란 브리스톨의 한 사진 현상소에서 일하며 십대를 보냈고, 20대 초반이 되자 런던으로 건너와 보도사진 그룹 매그넘포토스에서 일하며 전문적 사진가로 활동하였다. 그리고 3-4년 후인 1997년부터 현재까지 흥미로운 사진연작을 잇따라 발표하며 영국 전역과 전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정규 교육이라고는 브리스톨의 한 대학에서 받은 1년간의 사진과정이 전부인 이 젊은 사진작가는 30여 년간 함께 호흡한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그 누구보다 깊은 이해로써 자신의 삶 주변으로부터 출발한 다양한 소재와 형식의 사진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카메라를 자신의 신체의 일부로 여기고 살아왔을 그의 사진이 현실을 반영하리라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 사실상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결국 길이 자신의 사진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동시대 사람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다름 아니다. 대부분의 사진에서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런던의 특정한 장면을 보여주지만, 그 모두는 이 시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 대부분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이며 보편적인 것들이다. 개별성에서 보편성을 찾아내는 이러한 고유한 방식은 그의 초기작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예컨대 개인주의적이고 외로운 도시의 삶을 대변하는 이어폰 낀 사람들(, 1999-2000), 혼자서 무거운 짐을 나르기 위한 필수품인 트롤리(손수레)를 미는 사람들(2000-2003), 런던 도심에서 외곽까지 혼자서 당일 여행을 하는 기차 안의 사람들(2001) 등을 찍은 그의 초기 인물사진은 모두 도시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하나의 연작 아래 유사한 형식과 소재로 여러 장을 찍은 길의 이러한 유형학적(typological) 인물사진은 각각의 개별 인물을 피사체로 하지만 그 이면에 도시의 구조와 일상이라는 보이지 않는 보편적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런던 시내의 면면을 관찰하여 하나의 소재 아래 모아놓은 - 현금인출기(1999-2002)나 옥외 광고판의 뒷면(2002-2004), 도심 곳곳에 파헤쳐진 공사현장(2003) 등을 찍은 - 또 다른 초기 연작들 역시 인물을 피사체로 하지 않지만 특정 사물이나 상황을 찍은 개별 사진을 통해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듯 주변을 관찰하여 하나의 주제로 보여주는 일종의 변형된 유형학적 사진으로부터 시작한 길의 현실주의 사진은 2002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이른바 ‘해크니 시리즈’에 이르러서 만개하게 된다. 그의 초기작이 현실을 반영하되 머릿속에 특정한 주제를 떠올리고 그에 부합하는 장면을 찾아 사진을 찍어 나가는 유형학적 형식이 강조되었다면, ‘해크니 시리즈’는 해크니 윅(Hackney Wick)이라는 런던 동부의 한 지역에 녹아 들어 고고학자에 비견될 만한 치밀함으로 그야말로 작가의 삶과 일체 되어 자연스럽게 탄생한 필연적 귀결과 자유로운 조형언어가 돋보인다. 1993년 처음 런던에 와서부터 오랜 기간 런던 동부 지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그는 2002년경 런던 각지의 옥외 광고판을 찍으러 다니던 중 뒤늦게 접한 해크니 윅 지역에 매료되어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삶과 하나된 작업을 시작한다. “9년이나 런던에 살았고 런던 동부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해크니 윅은 나를 빠져들게 했다. … 그곳은 나를 사로잡았고 작업은 일종의 무아지경 상태처럼 저절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한다. 그는 이후 지금까지 6-7년 동안 그 지역에 완전 몰입하여 엄청난 양의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해크니 윅에 대한 길의 몰입은 단순히 흥미로운 예술적 소재나 삶의 환경에 대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작가가 주제를 정하고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주제가 작가를 이끌어 스스로 형체를 잡아가는 것에 스스로도 놀랄 정도다. 지리적으로 강과 운하, 늪이 있는 풍족한 자연 조건을 가진 까닭에 일찍이 많은 사람이 모여든 해크니 윅은 19세기 중엽부터 한 세기를 넘게 런던 동부의 발전을 주도한 산업지역이었다. (현재는 쇠락하여 많은 예술가들이 오랜 공장이나 창고를 작업실로 쓰고 있으며 2012년 런던 올림픽 경기장의 일부를 짓기 위해 재개발 중이다.) 자연과 함께 오랜 시간 사람이 살아 온 곳이기에 그들의 수많은 흔적이 남아있고 풍부한 이야기가 살아 숨쉬리라는 것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길은 이러한 해크니 윅의 매력에 이끌려 자전거를 타고 그 지역 곳곳을 수없이 헤집고 돌아다니며 아주 작은 물건에서부터 공사 현장까지 카메라에 수많은 삶의 파편들을 담아 왔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모든 해크니 시리즈를 처음 그 지역 시장에서 구입한 50 펜스짜리 플라스틱 카메라로 찍어 왔으며, 역사적으로 플라스틱이 1860년경 해크니 윅의 공장에서 처음 생산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그는 해크니 윅에서 태어난 카메라로 해크니 윅만의 풍경을 담아낸 것이다. <해크니 윅(Hackney Wick, 2002-2005)> 연작을 필두로 한 6-7개에 달하는 ‘해크니 시리즈’에서 길은 여러 가지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감행해 왔다. 초기의 인물사진을 접목시켜 꽃무늬 천의 옷을 입거나 꽃을 달고 있는 사람만을 찍거나 토지를 측량하거나 철거의 위치를 표시하는 등 아직 행해지지 않았지만 변화를 암시하는 실마리만을 찾아 찍기도 했다(2006-2007). 한편 사진을 땅 속에 묻었다가 꺼내어 흙이 그대로 묻어 있는 채로 책을 만들기도 했으며(2005), 그 지역에서 찾은 오래된 책 안에 일일이 실제 인화된 사진을 붙이고 자신의 텍스트를 프린트 해 새로운 책을 만듦으로써 그간의 오랜 해크니 시리즈를 정리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2008) 등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그 장소와 하나 되어 실로 다채로운 작업을 해 온 것이다.
그 중 어떤 연작보다 많은 공이 들어가고 조형적 완성도가 뛰어난 대표적 해크니 시리즈는 이번 전시에 선보일 <해크니 플라워(Hackney Flowers, 2007)>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해크니 윅>으로부터 발전해 나온 이 사진연작은 단순히 사진을 찍는 행위 외에 여러 가지 과정이 더 해져 그만의 새로운 예술적 산물로 탄생되었다. 길은 플라스틱 카메라로 해크니 윅의 면면을 찍고 그 사진 위에 주변에서 발견한 스냅 사진과 꽃잎, 씨, 열매 등 여러 가지 실제 오브제를 중첩하여(overlapping) 다시 사진으로 찍었다. 전체적인 배경이 되는 사진은 플라스틱 렌즈로 찍어 초점이 안 맞고 뿌연 반면, 그 사진 위에 얹어진 실제 오브제들은 의료용 렌즈가 달린 초고화질 카메라로 스튜디오에서 다시 촬영함으로써 손으로 만져질 듯 생생한 대비를 이룬다. 마치 지나간 과거의 사진에 새롭게 조작을 가한 듯 그 둘 사이에 시간의 간극이 느껴지지만, 사실상 그것은 동시간대에 작가가 임의적으로 만든 물리적 층(layers)일 뿐 그 사이에는 어떠한 컴퓨터 조작도 개입되지 않는다. 실재를 그대로 재현한다는 사진의 매체적 속성이 자칫 제한할 수 있는 예술가의 표현적 측면을 오늘날 많은 사진작가는 디지털 기법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 그러나 길은 사진을 찍는 행위 사이에 실제 오브제를 겹쳐놓거나 심지어 배경이 되는 사진을 땅에 묻었다 꺼내는 등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그만의 조형적 개입을 시도한 것이다.
특히 그 지역을 촬영한 사진을 다시 그 땅에 묻었다가 꺼내는 행위는 그 곳에서 산 카메라로 그 일대를 샅샅이 찍고 그 곳의 자연과 인간의 흔적을 채집하여 결합하는 <해크니 플라워>의 일련의 과정에서 맥락을 같이 하며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진의 표면이 습기와 미생물을 만나 변질되는 정도와 형태는 그것이 묻히는 깊이나 위치, 강수량에 따라 달라지므로 처음 그것을 묻는 것은 작가의 의도이나 시간이 흐른 뒤 사진을 꺼냈을 때 모습은 작가는 예측할 수 없다. 자신의 사진에 가해진 이러한 우연의 효과를 작가는 “장소와 협업하는 방식”으로서 “그 장소가 사진에 마지막 터치를 가하도록 허락하는 것”이며 “그 장소의 영혼이 자신의 표시를 할 수 있게” 하려 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길의 <해크니 플라워> 연작은 시작부터 끝까지 작가가 해크니 윅이라는 장소에 완전히 하나로 녹아 들어 자연스럽게 만들어 낸 필연적 귀결인 셈이다.
길의 모든 사진은 남루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매우 사소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가 찍는 것은 단지 평범한 사람이나 물건이다. 창 밖에 걸린 파란 비닐 봉지, 벗겨진 꽃무늬 구두 한 쪽, 바닥을 구르는 노란 깡통 등 한 장 한 장의 사진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두드릴 뿐, 재개발 지역의 폐해나 도시 발전의 불균형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애쓰지 않는다. 초점이 맞지 않고 심지어는 피사체의 정체마저 알아보기 힘들지만 색과 구도 면에서 탁월한 감각이 돋보이는 그의 사진은 특정한 사실을 기술하기 보다 한 마디로 형언할 수 없는 어떠한 정서를 전달한다. “보는 사람에게 단일한 사실보다는 암시와 흔적을 남겨주기를” 원한다는 그에게 사진은 ‘사실(fact)’을 기록하기보다는 ‘현실(life)’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인 셈이다. 그런 그가 느끼는 사진의 매체적 매력은 실재를 그대로 재현하는 속성보다는 오히려 몸에 지니며 원하는 순간에 쉽게 꺼내어 포착할 수 있다는 특징에 있을 것이다. 마치 고고학자가 그 시대의 유물 하나하나를 발견하는 데 매진함으로써 그 시대상을 드러내듯이, 길은 사람의 흔적인 넘쳐나는 런던의 한 지역에서 삶의 파편들을 하나하나 채집하여 각 사진마다 최상의 조형언어로 담아냄으로써 런던 동부의 한 지역, 나아가 이 시대 도시의 현실을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만든다. 현실을 반영하지만 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그저 현실의 단면을 담는 개별 사진에 완결성을 추구함으로써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은연중에 드러내는 것, 이것이 바로 스테판 길의 현실주의 사진이 가진 독창성이자 오늘날 현대미술 안에서 사진이 제시할 수 있는 하나의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이다.


New Direction in Realist Photography: Excavations of an Artistic Archaeologist
Text. Hyeyoung Shin l Art Critic 
Translation. Jawoon Kim

“I’ve never seen angels. Show me an angel and I will paint one. If you never seen one, then leave it alone and paint the portrait of your father, whom you see every day.” French painter Gustav Courbet, a leading figure in 19th-century realism, gave this curt answer upon being asked his reason for painting the everyday life of ordinary people who did not represent the ideal perception of beauty of that time. Courbet’s goal for his paintings was to depict the people and lives around him, as opposed to mythical or biblical characters and stories that demanded to be believed. In fact, although the focus of realism at the time was to concentrate on the theme of portraying ‘reality’ from the perspective of the painter rather than to imitate ‘actuality’ to the exact detail, there was a tendency to overemphasise the latter. Faced with the truth that the true value of art cannot exist beyond the artists’ lives and the surroundings that they find around them, we must reconsider the meaning of ‘realism’ and its role as a valid perspective within contemporary art.
The British photographer Stephen Gill is one of the artists that adopt ‘realism,’ in the sense that he attempts to represents today’s reality in his work. This is evident in his attitude towards the medium of photography as well as the themes that he deals with. Raised under a father who was a chemist-come-amateur with a darkroom built in his house, Gill had already begun to embrace photography as a part of his life by the time he was 14 when he shot, developed and printed his own sequence of photographs. Thereafter he spent his teens working at a 1 hour film processing lab in Bristol, the city where he was born and in his early twenties, he moved to London and worked as a member as a staff for Magnum Photos, the photojournalist agency. Three or four years later in 1997, he began to attract the attention of the art world in Britain as well as across the globe. This young photographer whose academic education on photography consists of a year in photography at a college in Bristol combines and showcases his unrivalled understanding of the medium of photography with a variety of themes and formats.
It may be of no surprise for someone whose camera is almost a part of his body, that his photography reflects reality itself. In fact, what Gill has been trying to show in his photography since the late 1990s is none other than “images that reflect the times we live in.” In most of his work he shows specific scenes from his resident London, but most are ordinary and commonplace images that modern city-dwellers can easily relate to. His way of finding universality in individuality is apparent even in his earlier works. Gill’s early portraits—“Audio Portraits (1999-2000),” which represent the individualistic and lonely city life; “Trolley Portraits (2000-2003),” which depicts the solitary struggle of those who require a trolley to shift their burdens; “Day Return (2001),” showing the people who make the lonesome trips from the city bustle of London to the suburbs—all illustrate slices of life in the city. Such typological portraits that show sequences of similar formats and subjects use different individuals as subjects and yet have underlying themes of city structure and everyday life. In addition, his other early works, which portray the different aspects of London under a single subject—ATMs (“Cashpoints,” 1999-2002), the backsides of outdoor advertisements (“Billboards,” 2002-2004), construction sites at different points in the city (“Roadworks,” 2003), etc.—do not feature people as subjects, but nevertheless describe the environs that they live in through pictures of certain objects or scenes.
Gill’s realist photography, begun as a variant form of typological photography that show an environment as a united theme, reached its peak with the ‘Hackney series,’ which he has been working on since 2002. If his early works focused on the typological method of deciding on a particular subject then photographing scenes that correspond with that theme while also reflecting reality, the Hackney series demonstrates the inevitable conclusions and the open-minded styling language that have literally become one with the artist’s life – a result of his meticulous efforts to blend into Hackney Wick in east London, perhaps comparable to the passion that an archaeologist might have in his profession. Having first come to London in 1993 and spending a considerable amount of time in east London, he began the work that would later on fuse with his life after being fascinated by Hackney Wick, which he came across in around 2002 when he visited various parts of the city in order to shoot billboards. “Although I had lived in London for nine years and thought I knew East London well, Hackney Wick threw me. … It carried me and the work shaped itself like a kind of trance like state.” recalls Gill. Since then, he has completely immersed himself into the neighbourhood for the past 6 or 7 years and has been making a staggering amount of photographs.
Gill’s fascination with Hackney Wick seems to be beyond a simple interest towards motivating artistic subjects or a living environment. He himself has expressed surprise at the way in which the subject leads the artist, as opposed to an artist deciding the subject and the direction of his work. Gifted with an abundance in geographical and natural conditions – a river, canals and swampland – civilisation in Hackney Wick began early, becoming an industrial heartland of London for over a hundred years since the mid-19th century (today, the reputation has diminished considerably with its closed factories and warehouses being used by many artists as studios and it is due to be redeveloped in order to house a part of the London 2012 Olympics facilities). On the other hand, it is of no surprise in such a place where people have lived alongside nature for such a long time that their traces remain, along with the many vibrant stories that permeate the area. The attraction of Hackney Wick led Gill to explore the area on a bicycle, taking in every slice of life from minute objects to construction sites. The interesting thing is that he has been photographing every piece in the Hackney series with a 50p plastic camera and that historically, synthetic plastic was first manufactured in Hackney Wick in 1866. And so he began to take in scenes that were indigenous to Hackney Wick, using a camera that was also indigenous to Hackney Wick. Starting from the “Hackney Wick” series (2002-2005), Gill has undertaken many different artistic approaches with 6 or 7 Hackney series. Combining the portrait work of his early years, he photographed people who were wearing flowery accessories or clothes with flowery patterns (“Hackney Flowers Portraits”) and on another occasion, he captured the signs of impending change by surveying the land or marking the areas scheduled for demolition (“Archaeology in Reverse,” 2006-2007). In other sequences, he buried his photographs and when he dug them back up, he published them as they were with soil still stuck to them (“Buried,” 2005), he found an old book from the area and pasted newly printed photographs into them and published them as a new book signifying his preparedness to end the Hackney series (“Warming Down,” 2008). He had refused to be restricted by format and had become one with the location, allowing himself to work with a variety of methods.

Out of the Hackney series, the best sequence in terms of effort and stylistic completeness is arguably the “Hackney Flowers (2007)” to be displayed in this exhibition. Having been developed in Hackney Wick, this sequence took more than just the act of shooting photographs, with additional processes making it a newer art form. With his plastic camera, Gill took pictures of various parts of Hackney Wick and by placing objects such as snapshots, petals, seeds and fruits on top of the photographs, he made them overlap. While the initial photograph, which appears in the background, is out of focus and blurred, the objects on top of the photographs create a striking contrast in that they were shot through the medical lens of a high-resolution camera in the studio and seem as though one can reach out and touch them. There is a certain feeling of a time gap existing between the two subjects as if a photograph from the past has been newly altered, but in fact, it is a deliberate attempt by the author to create physical layers in his work and is devoid of any manipulation by digital means. Photography aims to preserve reality as accurately as possible and this may sometimes restrict the expressive side of the artist, which many photographers today try to overcome by using digital methods. However, Gill places objects in front of existing photographs so that they overlap or even buries then unearths background photographs in an exceptionally analogue approach to applying his own stylistic changes.
In particular, the act of burying and unearthing a photograph of the area corresponds to the process of exploring the area with a locally bought camera, collecting and combining scenes of the nature and the marks of human life in the process of “Hackney Flowers” and carries a crucial significance. Due to the fact that the extent and the manner in which a photograph’s surface is transformed by moisture and microbes vary according to the depth, location or the amount of rain and therefore although the act of burying the photograph is the intention of the author, the author cannot predict its appearance after being unearthed. The author calls this unintended effect on his photographs “a way collaborating with place,” “allowing it also to work on putting the finishing touches to a picture” and he aims to let “the spirit of the place also make its mark.” And so Gill’s “Hackney Flowers” sequence may be celebrated as the inevitable conclusion of the author’s efforts to completely and naturally blend into this place called Hackney Wick.
Every one of Gill’s photographs pursues the very small splendours that can be found in the mundane everyday life. The things he photographs are mere ordinary people or objects. A blue plastic bag hung outside of a window; an abandoned flower-print shoe; an empty yellow can rolling around on the ground—each photograph only gently knocks on the viewer’s heart and does not aim to convey the political message of the abuses of a redevelopment area or the imbalance of urban development. Even though they are often out of focus to the degree that the subject is indecipherable, his photographs display a keen and unique sensibility in colours and angles and, instead of recording a certain fact, express emotions that cannot be summarised in a sentence. Wanting to “leave the viewer with suggestions and traces rather than solid facts,” his photography is not a tool for recording ‘facts’ but a tool for revealing ‘life.’ The attraction that photography has as a medium is, for him, most likely the fact that it is portable and available for use at any given moment, as opposed to preserving reality to the exact detail. As an archaeologist might reveal the zeitgeist by dedicating himself to discovering the artefacts from a certain period, Gill collects each and every piece of life from an area of London, where such traces are aplenty, and by putting them in the optimal visual language, naturally induces the reality of an area in east London and furthermore that of cities in this time period in general. Reflecting reality without revealing the critical perspective and merely aiming for completeness in each photograph that contains a slice of reality—This is the originality of Stephen Gill’s realist photography and it will stand as one of the most constructive directions that photography may propose as a form of contemporary art.